나는 어릴적 돈을 쓸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평소 집 - 학교 외에 특별히 가본곳도 없었고, 부모님은 게임이나 여가생활보다는 공부가 중요하다는 입장이셨기에 학교 매점 이외에는 특별히 사용할 곳이 없었다(생각해보면 그렇게 모은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러한 습관 때문인지 대학에 들어와서도 식비 외의 소비(종종 식비조차도)에 대해서는 만원이 넘어가는 순간 1달이상 고민하곤 했다.
이러한 소비습관이 변화한 것은 전역 후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였다.
20년 여름 서울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조기전역하게 된 나는 휴학 계획을 접고 복학을 진행했다. 당시 사용하던 노트북이 4년차를 맞이하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군적금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었기에 새로운 노트북을 구매하게 된다. 그래서 구입한게 지금 글을 쓰는 맥북이고, 이때를 기점으로 구매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맥북을 구매한 2021년 1월을 기점으로 장비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5천원짜리 다이소 마이스도 잘 사용했지만 합정 핫트랙스에서 발견한 MX master3를 잡아보고 바로 구매버튼을 눌렀다. 기존에 사용하던 허브도 슬롯의 부족과 화면출력의 불안정을 이유로 Caldigit TS3+를 중고로 구매했다(적으면서 생각해보면 이때가 중고거래를 시작한 시점이었던 것 같기도). 거기에 더해 건강이나 알림을 위한 애플워치, 강의 필기나 휴대성을 생각한 아이패드와 같이 사고싶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사들였다. 살 때마다 만족감을 느끼고, ‘이정도 가격이면 잘샀어’와 같은 정신승리도 했었다.
그렇게 해를 넘겨 2022년, 2023년에도 많은 물건을 구매했다. 취미활동 장비 와 함께 추천받은 가방이라던가 신발, 옷도 구매했었다(하나열하면 너무 많아진다…). 2024년 초반까지는 비슷한 기조로 흘러갔다. 그러다 잠시 취직을 하고, 회사에 있을 이유를 찾지 못해 퇴사한 후 내 소비습관은 다시금 변화를 겪게 된다.
이미 장비는 취미수준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해졌고, 개중에는 아예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했다가 필요성이 없어진 장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해 추가하고 싶던 장비도 ‘굳이 이것이 필요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달려온 장비추가는 급제동이 걸리게 된다.
지금까지는 물건을 사고 ‘다음에는 뭐사지?’에 대한 즐거움? 도전심?이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필요한 물건도, 갖고싶다고 생각되는 물건도 거의 없어졌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래 지출은 식비와 커피값 외에는 거의 없다시피하고, 장비 상태도 반년이라는 기간동안 점차 줄어들고 있다. 꼭 필요하다면 사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미련없이 보내는 생활에 익숙해져가고있다.
주변 지인들과 장비를 새로 구매하면 My New Gear라고 말하곤 한다. 새 장비를 추가한 만큼 자랑도 하고, 내 구매에 대한 즐거움을 표현하기 위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이 말을 쓰면서 배송이 올 때 까지 두근거리는 시간을 보낸다.
나도 올해 초까지는 그 두근거림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과 함께 구매에 대한 두근거림 보다는 지금까지 구매해온 장비들을 활용하는 두근거림을 갖게 되었다. 약간 갖고싶은게 없다는 부분에서 심심함이 느껴질 때도 있지만, 장비를 활용하여 좋은 소리를 듣고, 원하는 사진을 찍으며, 곡을 써보거나 지금처럼 글을 쓰는 이 상황도 충분히 즐겁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언젠가 자리를 잡게되면 다시금 장비추가의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해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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